부모님 따라 독일로 이민 온 가정의 아이들은 공부의 굴레에서 해방되게 됩니다. 독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학교를 잠깐이라도 다녀본 학생들은 독일 이주 이후, 처음 몇 개월 정도만 언어적인 문제로 학교생활 적응이 필요하지, 곧 친구들을 사귀고 학업스트레스 없고, 사교육 없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됩니다.
보통 한국가정 아이들이 김나지움(인문계학교)로 진학을 많이 하곤 하는데, 학년이 올라가더라도 오후 3~4시에는 수업이 끝납니다. 사교육 없이 각자 하고 싶은 스포츠, 음악 및 컴퓨터 게임 등을 즐깁니다.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 11학년 및 12학년 때는 내신성적 때문에 학교공부에 조금 신경을 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죠. 12학년 후반학기(봄) 아비투어라고 수능 같은 시험을 봅니다. 그 점수를 바탕으로 대학지원을 하게 되는데 의대나 법대 등을 제외하고는 대학 입학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진정한 승부는 대학졸업에 있습니다. 좋은 학교, 좋은 학과일수록 한 학년 올라가는 것이 버겁고, 공부 량이 많습니다. 그리고, 공대생들에 대한 사회의 대우가 상당히 좋습니다. 한국과는 반대상황이죠. 급여도 높고 지금도 공대졸업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즉, 본인만 대학생 때 열심히 공부해서 늦지 않게 졸업하면 좋은 독일기업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독일어가 모국어가 되며, 한국어는 집에서 사용하는 빈도에 따라 아이들의 능력이 다른 경우가 많고, 영어는 같은 라틴어 계통이라 독일어를 하는 아이들은 상당히 쉽게 영어를 습득합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학교수업만으로 상당히 느는데 즐거움을 넘어 당황스러움을 느끼실 겁니다. 웬만한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할리우드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영어 사교육 없이 말이죠. 물론, 발음은 원어민 수준이 안되고 독일인 특유의 악센트가 있습니다만 유창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한국 아이. 독일어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영어로 작문, 듣기, 프레젠테이션 등 가능한 수준이면, 어느 직장이든 잡을 수 있습니다. 독일에는 대기업 외에도 상당히 기술적인 수준이 높은 중견기업, 강소기업들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독일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들도 그들이 취업할 수 있는 직장들입니다.
한국과 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국가인 독일은 노동자의 권익이 상당히 잘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10인 이상 회사는 직원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습니다. 도리어 이를 악용하는 직원들이 더러 있을 뿐이죠. 우리 아이들이 독일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야근 없는 직장을 다니고, 자기 삶을 누리는 생활을 하고, 나이가 차서 직급이 올라간다고 회사를 나가야 되는 그런 풍조도 없는 곳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 어른세대가 누리지 못한 워라밸을 우리 아이들은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어느 정도는 장밋빛 가득한 점 인정합니다. 이민 온 이후에 부모는 경제적인 면을 2~3년 내에 해결할 방안을 찾아서 안정을 찾아야 되고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원만하게 이루어가야 된다는 전제가 깔린 상황이지요.
이민을 결정한 가정의 부모세대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삶을 일정부분 희생하는 것이라고도 말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이나 본인의 커리어적인 면은 차지하고서라도 부모입장에서는 낯선 땅에서 전혀 다른 인종과 섞여 사는 일상에서 겪는 수 많은 크고 작은 일들에 지치고 힘들 겁니다. 대신, 아이들은 독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됨으로써 독일에서의 삶이 그들에게는 삶의 기준이 됩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의 진로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삶을 어릴 적부터 영위하게 됨으로써 우리 아이들은 부모세대보다는 훨씬 더 주도적이며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