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직업의 안정성, 직업선택의 폭, 취업률 등 노동자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비교해보자면, 어른 세대는 영미권이나 독일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논외로 치기로 하고, 보통의 경우, 아이의 미래를 위해 이민을 결정하는 경우가 더 큰 경우가 많은 사유로 우리 자녀세대의 경우를 따져보겠습니다. 어차피 특출 나게 공부를 잘하거나 특정 분야에 뛰어난 아이들은 어디에 둬도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일반적인 착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사회에 적응할까 하는 점을 중점으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독일의 경우, 영미권과 가장 큰 차이점은 사회주의적인 요소가 상당히 강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주의적인 요소란 자본주의가 주는 병폐를 줄여 최소한의 인간 존엄을 지켜려하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실직을 대할 때, 한국이나 미국 같은 사회는 실직을 개인의 능력부족 혹은 성실하지 않은 데서 오는 개인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북유럽 국가들은 실업문제를 그 사회구조 자체가 불러온, 즉 자본주의가 개인을 희생시킬 때 나타나는 병폐로 보고, 이를 보완하려고 무던히 노력해 왔습니다. 한국에서 이민 온 저희가 보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 이슈는 꾸준히 사회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즉, 한국이나 미국은 사회보장이 안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어렵게 사는 경우들이 뉴스에 많이 나오지만, 독일은 이러한 가정을 너무 보장해주는 문제를 악용하는 일부 사람들의 경우가 가끔 뉴스를 장식합니다. 가령, 오랜 기간 실직인 가정이 자기 차를 소유하고 운행할 정도인 점에 대해서 뜨거운 사회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30대는 아니더라도 40대, 50대만 되어도 이 문제가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뜨겁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어 가정을 갖고 40대가 되면 지금보다 실직에 대한 사회문제가 훨씬 더 클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 때,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고, 국민들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성숙해져 있다면 그 사회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 세대는 좀 더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 교육의 궁극적인 도달점은 대학교육입니다. 독일은 대학 학과가 상당히 세분화 되어있고, 실용적인 과들이 많으며 말 그대로 산학협동이 잘 되어 있어 한 대학 내에 수백 개의 연구소들이 기업의 지원 하에 세워지고, 대학생들이 그곳에서 실제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연구들을 학부생 및 대학원생 때 하게 됩니다. 등록금이 무료이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등 교육의 평등화를 추구하는 독일에서 대학을 보내는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만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을 가지고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삶은 영미권보다 다소 재미없는 조용한 삶을 산다고 볼 수도 있고, 단기간에 경제적 계층을 뛰어넘어 부자가 되는 경우가 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득세가 높아서 급여수준이 높더라도 개인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영미권이나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생활물가수준이 낮기 때문에 사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부자가 되기가 좀 더 어려울 뿐이죠. 독일인들은 이성적이고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서 오랜 기술축적이 요구되는 자동차, 생명공학, 화학, 정밀공업 쪽의 유명한 기업들이 많은 반면, 빠른 기술진화가 요구되는 전자, IT, 정보화 산업 쪽은 그 진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여, IT쪽으로 뛰어난 아이들이라면 대학졸업 후에 미국 대학원 진학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단, 경제적인 여건이 되거나, 공부를 아주 잘해서 장학금으로 가야 되겠죠.